사회

최저임금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마저 제자리걸음


11월 5일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4당과 청와대는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입법 조치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자본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탄력근로제 6개월에서 1년까지 확대 적용’을 받아들였다.
최저임금을 무력화시킨 것도 모자라 이젠 떠들썩하게 노동시간을 줄였다며 포장했던 주 52시간제도 제자리걸음이 될 처지다.

예고된 수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확대하는 데 호흡을 맞췄던 청와대와 여·야 4당은 또다시 일치단결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결정된 6월부터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적용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이후에도 기회만 되면 탄력근로제 확대를 외쳐왔던 정부와 민주당은 민주노총까지 끌어들여 보기 좋은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젠 민주노총이 22일 출범 예정인 경제사회노동위에 참여하든 말든 국회에서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홍영표의 말처럼 애초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면서 2022년까지 탄력근로제 확대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에 어차피 시간문제였다. 단지 시간이 당겨졌을 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기존변형근로제

현행 탄력근로제도 최대 3개월의 탄력근로제가 노사합의나 근로자대표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3개월간 평균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법도 가능하다. [노동시간센터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최대 12주간 주 64시간의 노동이 가능하며 이는 노동부가 인정한 과로사 기준인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훌쩍 넘어선다.
그런데 이를 6개월 이상으로 확대 적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최악의 경우 6개월간 주 64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그것도 연장수당 없이 말이다. 자본가들에겐 얼마나 환상적인 제도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탄력근로제를 요구하는 산업

이 계절의 영향을 받거나 IT업계라는 점이다. 이들 산업은 그렇지 않아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조 조직률도 낮아 사장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

자기 갈 길을 갈 뿐인 민주당과 정부

적폐청산, 소득주도성장을 들고 나와 광범한 지지를 받았던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촛불민심을 배신한 것일까. 이젠 이런 환상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문재인정부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배신은 애초에 있을 수 없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어설픈 경제성장 모델이며 전 세계적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 왜인가. 소득주도성장이 말이 되려면 재벌처럼 극도로 이윤이 집중된 자본가들의 주머니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자본가들의 이윤 몫을 유지하면서 노동자들의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구상은 환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처음부터 택한 방법은 노동자 임금수준의 하향평준화였다. 이런 정책방향이 최저임금 1만원 무력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무제 적용범위 확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자기 갈 길, 즉 자본가 정부의 길을 갈 뿐이기 때문에 적폐대상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