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 건을 치고 나가다 — 비정규직 4박5일 간의 공동투쟁


 

금속과 공공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4박 5일간 서울 상경 공동투쟁을 벌였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아사히 등 금속 비정규 노동자와 마사회, 잡월드, 발전, 가스공사 비정규 노동자들이 모여 청와대, 대검찰청, 국회 등을 상대로 대정부 투쟁을 벌였다.

돌파구를찾아서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선 꼼수 정규직인 자회사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고, 민간부문의 불법파견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정규직 전환 판결에도 현대기아차는 신규채용 꼼수를 쓰고, 한국지엠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해고해 불법파견 문제를 비껴가려 한다.
검찰은 불법파견 책임자를 처벌하기는커녕 봐주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기아차, 아사히는 3년 4개월째 검찰이 시간 끌기 조사 중이다. 비정규직 1,100만 명을 만든 주범인 국회는 파견법 폐지하라는 주장은 귓등으로 흘리고, 최저임금법 개악,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몰두하고 있다.

같이 한다고 될까?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개별 사업장의 비정규직 투쟁은 각자 진행 중이지만 힘을 얻지 못하고 흩어져 있었다. 각 사업장의 투쟁이 벽에 막힌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기획했다. 혼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같이 한다고 될까? 당장 해고자 복직도 어려운데, 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함께 투쟁하는 게 맞을까? 내가 노동운동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금속이랑 같이하면 공공부문의 내용이 묻히는 것 아닐까?”라는 의문과 우려들이 있었지만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은 사업장이 나섰다. 공동투쟁의 여러 우려에 대해 노동자들의 진정성 있는 투쟁과 정부의 대응이 그 답을 보여주었다.

5일간의 투쟁

첫째 날, 비정규직 1,100만을 대표해 비정규 100인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재벌들은 일부러 초청해서 맥주파티도 벌이는데, 비정규노동자를 위한다면서 대화 시도도 하지 않은 것을 문제제기하며 청와대로 행진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맞이한 것은 경찰폭력이었다.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경찰이 둘러쌌다. 이에 항의하며 거세게 투쟁하자, 마침내는 폭력으로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5명이 심하게 부상당해 119에 실려갔다. 이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면이 벗겨졌다. 문재인은 비정규직의 친구가 아니다!

둘째 날, 비정규직 공동투쟁단은 대검찰청으로 찾아갔다. 불법파견 범죄자에 대해 봐주기 수사하는 검찰에 항의하며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대표자 6인이 미리 대검찰청 안에 들어가서 기습적으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발맞춰 밖에서는 1인용 텐트 50개를 대검찰청 앞에 펼쳤다. 기습적 투쟁에 대비하지 못한 경찰과 검찰은 당황했고, 항의투쟁은 제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검찰은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자, 함부로 연행하지 못했다. 급기야 공안3과장이 면담에 응하고 검찰총장에게 내용을 보고하겠다는 중재안이 나왔다. 이를 안 받아들이면 연행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검찰총장 직접 면담이 아니면 응하지 않겠으며 연행을 불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연행하겠다고 협박하던 공안3과장이 직접 내려와서 스스로 면담을 자청했다. 그리고 6시에 연행하겠다는 협박이 우습게도 계속 농성해제를 요청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9시에 연행했는데, 검찰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것에 부담을 강하게 느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청 밖의 텐트도 불법농성으로 철거하겠다고 협박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셋째 날, 첫째~둘째 날 투쟁으로 언론의 관심은 집중됐다. 국회 앞 기자회견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려와서 공동투쟁단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려 했다. 보도자료를 숱하게 배포해도 취재도 잘 오지 않던 기자들이 이틀간 격렬하게 투쟁하자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때 국회 본관 앞에서 미리 준비된 동지들이 기습적으로 현수막을 펼치고 시위를 벌이자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국회 밖에선 또 텐트 설치를 둘러싸고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카메라가 급하게 돌아가며 투쟁상황을 담았다.

넷째 날에는 집중 문화제와 뒤풀이를 진행하며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뛰어넘어 서로 교류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사업장만 어렵게 싸우는 게 아니라 다른 곳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면서 연대감을 키워갔다.

마지막 날은 다시 청와대 앞에서 5일간의 투쟁 평가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과 면담할지 11월 30일까지 답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100명이 아니라 1,000명이 모여 2차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정부의 반응

경찰들의 탄압은 거셌다. 그러나 저항도 거셌다. 매일 부상자가 속출할 정도였다. 경찰의 탄압이 거센 이유는 비정규직이 경찰이 만들어놓은 질서유지선을 과감하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검찰청에서 유례없이 농성하자, 조선일보는 권력의 중심부까지 쳐들어온 비정규직을 “대검까지 – 무서운 게 없는 민노총”이라는 제목을 붙여 1면 탑으로 다룰 정도였다. 권력자들이 용인하는 선에서 투쟁을 멈추지 않자 경찰과 권력자들은 탄압을 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탄압은 오히려 언론과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비정규직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에게 폭력을 쓰고 연행하는 것은 언론 등 사회적 여론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권력자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 5일간 문재인 정부는 이런 딜레마에 빠졌다. 그리고 그렇게 상황을 만든 것은 폭력과 연행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의 질서유지선을 과감하게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형식적인 집회와 말로만 이뤄지는 결사투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투쟁전술을 마련하고, 생색내기 중재안을 거부하고 과감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동투쟁의 힘을 느끼다

“공동투쟁이 한 사업장에선 할 수 없었던 청와대, 국회, 대검찰청을 상대로 한 투쟁을 가능하게 했다”, “같이 하면 우리 얘기가 묻힐 줄 알았는데, 반대로 더 많이 알려졌다”, “싸우고자 하는 조합원들이 각 사업장에서 모이니 빼지 않고 다들 적극적으로 해서 좋았다”, “사업장을 뛰어넘어 비정규직 철폐의 한목소리를 낸 것이 좋았다”
마지막 날 평가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노동자들은 하나의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다. 그래서 노동자 ‘계급’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현실에선 정규직/비정규직, 여성/남성, 금속/공공으로 나눠지고, 개별 사업장의 한계에 갇혀 분열되어 있다. 그래서 다들 고민한다.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 싸우는 것이 과연 될까? 그 답을 이번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보여줬다. 절실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형식적인 투쟁이 아니라 과감한 방법을 찾으려는 투쟁에서 노동자들은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1차 공동투쟁은 이제 2차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비정규직이 단결하기를, 여기에 정규직까지 동참해 전체 노동자가 단결하는 투쟁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