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답은 정해져 있으니, 노동조합은 대답만 해라?” — 사회적 합의기구의 실체


간판만 갈아 끼워 다시 내밀다

1998년, 김대중 정권 시기 ‘IMF 위기 극복’을 내세우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가 등장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자기 몫을 노동자들에게 한 치도 그냥 양보해줄 수가 없다. 그 속에서 자본가들의 고충처리를 담당하는 정부가 꺼내 놓을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이러한 사회적 합의기구 형태다. 터져 나올 노동자들의 불만과 투쟁 의지를 꺾고, 노동자들의 시선을 그 고상한 테이블로만 향하도록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가 통과됐다.
바로 그 노사정위가 문재인 정부 아래서 새로운 간판을 달고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라고 부르자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 이름이 전혀 새롭지가 않다. ‘노동자 경영참여’, ‘노사정 대타협’, ‘노사정 원탁회의’ 등 노동자들을 무장해제하고 자본가들의 판으로 불러들이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 왔다.

답은 정해져 있다?

경사노위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기구다. 지금 눈앞에 두고 있는 사안은 ‘탄력근로제 확대’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여부 논의를 미루자, 고용부는 “경사노위 합의 안 되어도 탄력근로제는 강행될 것”이라고 했다. 자본가들은 이미 자기 답을 정해놓았다. 단지 노동자 대표의 입을 통해 그 답을 그대로 읊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난 9월, 경사노위를 통해 쌍용차 문제가 해결됐다며 각종 언론에서 연신 떠들어댔다. 이를 통해 자본가들이, 또 그들을 위한 이 정부가, 우리에게 가르치려는 게 있었다. 투쟁이 아니라 대화가 해결책이라는 것.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나 한가? 절대로 아니다. 해결은커녕, 그동안 저들이 내놓은 사회적 합의안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는 것을 ‘불법’이 아닌 ‘합법’으로 만들어왔을 뿐이다. ‘법이 힘’이 아니라 ‘힘이 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몸으로 안다.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동자들의 요구를 걸고 단결된 투쟁으로 직접 빼앗아오는 노동계급 스스로의 ‘힘’일 뿐이다.

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