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엠의 막무가내식 법인분리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언제나 한 팀입니다.’ 법인분리 주주총회를 앞두고 카젬 사장이 전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 맺음말이다. 그런데 이 메시지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지엠은 한 팀이던 한국지엠을 두동강 내고, 연구개발 부분을 법인분리하는 주주총회를 강행했다. 노조는 물론 2대주주인 산업은행 이사들도 배제한 채 단독으로, 비밀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구조조정하기 쉽게 잘게 쪼개기

연구개발부터 생산, 판매는 물론 정비까지 대우차는 종합적인 자동차 회사였다. 판매나 정비에서 제기된 소비자들의 요구는 연구개발 부서를 통해 개선되고, 생산부서에 적용돼 더 나은 차로 거듭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만 자동차 공장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그러나 대우차가 지엠으로 매각되면서 판매를 분리했고, 해외 법인들과 해외 시장을 일방적으로 축소했다. 이제는 연구개발 법인분리까지 밀어붙였다.
각 부분으로 쪼개진 법인들은 지엠의 수익성 기준에 따라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는 무한경쟁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리고 잘게 조각난 법인들은 지엠 생산 계획에 따라 언제든지 손쉽게 폐쇄 및 철수될 수도 있다.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노조 무력화

물론 지엠의 공격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현장에서 이를 막아낼 단결력과 투쟁력이 유지된다면 미래는 달라질 수도 있다. 이를 알기에 지엠도 법인 분리를 통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하기에 앞서 사전 정지 작업을 하려고 한다.
1만여 명이던 지엠지부는 4,000여 명의 사무지회가 결합하면서 예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사무지회 또한 투쟁을 통해 연봉제를 폐지하고, 현장과 동일한 단협을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엠의 구조조정 공격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면서 조합원은 1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장활동은 침체되고, 노조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대중은 사기저하에 빠졌다.
그런데 또다시 법인분리가 이뤄지면 지엠지부는 7,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난다. 3,000명 수준으로 분리되는 연구개발 법인 또한 회사에서 노조와 단협 승계를 거부한다면 또다시 연봉제와 경쟁이 지배하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렇게 둘로 쪼개진 노조는 앞으로 본격화될 지엠 구조조정 공격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엠과 정부와 민주당과 산업은행은 같은 편

5월에 지엠과 협상을 통해 8,100억 원을 퍼주고도 ‘일자리 지켜낸 성공적 협상’이었다고 자랑했던 산업은행은 뒤늦게야 법인분리 주총반대 가처분을 내고,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법원은 가처분을 기각했다. 산은은 그저 지엠의 횡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산업은행은 지엠의 법인분리 계획을 알고 있었지만, 반발이 두려워 숨겨온 사실이 며칠 전 국감에서 밝혀졌다. 게다가 이 지경인데도 지엠과의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엠과 협상할 때 주축이었던 민주당과 정부도 지엠의 법인분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지엠도, 정부도, 민주당도, 산업은행도 결코 노동자 편이 아님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이런 자들에게 어떻게 우리의 일터와 생존권을 맡기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노동자 총고용 보장, 생존권 쟁취를 내걸고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임단협 때보다 높게 나온 쟁의행위 찬성률은 법인분리에 대한 현장의 정서를 보여준다. 이 정서가 체념이 아니라 분노로 살아나려면 제대로 된 투쟁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골든타임을 놓친 채 지엠의 계획대로 무기력하게 끌려간다면 현장은 더욱 가라앉을 것이고, 지엠이 원하는 대로 군산공장 폐쇄와 부평 2공장 1교대 전환의 악몽이 또다시 우리 모두를 덮칠 것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