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세에 몰린 현대중공업, 그러나 구조조정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 18일 현대중공업이 신청한 기준 미달(평균임금 40%) 휴업신청이 울산지노위에서 불승인됐다. 같은 날 평균임금 30%의 기준 미달 휴업신청을 낸 고강알루미늄도 불승인됐다.

구조조정을 지속하겠다는 의도

울산지노위의 불승인은 당연한 결과였지만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사측이 구조조정을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같은 날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조선업 업황 점검회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조선산업 전체적으로 자구노력을 지속 추진해 적정 수준의 효율화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박사는 한국조선업의 수주 개선은 “LNG선의 다량수주와 현대상선의 발주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즉, 정부 방침은 한국조선업의 수주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나 일시적 현상이므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며 구조조정은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구조조정의 방향

정부의 조선업구조조정 방향은 ‘산업구조 고도화’로 표현할 수 있다. 지난 12일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 현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선산업을 포함해 산업구조 고도화 작업을 산업부를 중심으로 만들고 있고 연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4월 발표한 ‘조선산업발전전략’에서도 이를 강조한 바 있다.
산업구조 고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낙연 총리의 말을 빌리면 ‘노동집약형 방식만 가지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기술집약적 생산구조로 바꿔 기술과 품질,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 조선소의 K-Yard화, 고급설계인력 양성, 자동화,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는 화려한 겉포장에 불과하다. 이것이 현장에 적용되는 방식은 노동자의 철저한 희생을 전제한다.

희생되는 노동자

자본가들이 말하는 산업구조 고도화는 구조조정의 다른 말이다.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은 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정규직노동자를 최대한 줄이고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 일감이 멀쩡하게 있는 부서도 교육과 휴업을 보낸다. 야금야금 부서를 통폐합시키고 정규직이 했던 작업은 고스란히 하청업체로 이관하거나 사외로 내보낸다.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2018년도 평일 잔업자는 일평균 15,000명이 넘고 토일요일 특근자는 각각 7,500여 명과 1,800여 명이라고 한다. 단순계산만 해봐도 사측이 주장하는 해양사업부 1,200여 명의 유휴인력이 8시간을 일하고도 남아도는 시간이 잔업과 특근으로 사용되고 있다. 휴업과 교육으로 70%를 지급하고, 정규직이 했던 일을 하청업체에 넘기면서 또다시 용역비를 지급하는 상식적으론 낭비적인 인력운영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명분보다 중요한 투쟁력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하고, 강환구 사장이 국감장에 불려가 굴욕을 당했다. 기준 미달 휴업신청도 불승인됐다. 많은 것이 폭로돼 현대중공업은 수세에 몰린 듯 보인다. 계속해서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할 명분도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든 현대중공업이든 구조조정을 멈출 생각이 없다. 노사정원탁회의에 매달리며 상층의 협상으로 해결하려 하면 할수록 현장의 노동자 쥐어짜기는 끝없이 진행될 뿐이다.
아무리 좋은 명분도 무기로 사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 무기가 협상용으로 사용되기만 해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무기를 휘두를 진짜 힘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