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규제완화, 체제 안전의 빗장을 풀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20일에는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일명 ‘규제프리존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대선후보 시절 안철수가 이 법을 주장했는데 이를 두고 문재인은 안철수를 ‘이명박근혜’의 정책계승자로 지목했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자신이 ‘이명박근혜’의 정책계승자가 되었다.

은산분리 규제완화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유지되었던 은산분리 원칙을 뒤흔들며 정보통신(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닦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산업자본의 은행투자분(4%)을 제한하는 은산분리는 재벌그룹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과,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폐해를 막으려고 만든 법이다. 그런데 체제안정을 위해 그들 자신이 필요하다고 정한 원칙, 규제를 무너뜨려야 할 만큼, 그들은 다급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의료·개인정보보호 규제완화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의료·개인정보보호’ 분야의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한다. 의료규제완화는 ‘의료기기 산업의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은 안전성이 입증된(?) 체외의료기기는 ‘선 시판 후 제재’하겠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환자들을 임상실험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으로서, 잘못하면 환자의 생명을 심각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또 문재인 정부는 빅데이터 개방과 공유를 확대해 활용도를 높이고, ‘신기술·신산업, 신제품·신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문재인을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는 힘

문재인 정부의 규제완화 급발진은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그보다 더 빨리 여론이 악화되고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시작됐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가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 힘이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해마지 않던 이명박근혜의 정책을 그대로 복사하도록 문재인 정부를 오른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문재인은 ‘자본 투자처와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소득 증대로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사치를 부릴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수장으로서 문재인이 도달한 결론이다.

문재인의 딜레마

그러나 문재인의 딜레마는 기업들이 투자해 이윤을 낼 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재인은 ‘혁신산업·전략산업·신산업·신서비스·신성장동력’ 등 자본가들이 이윤을 낼 만한 ‘새로운 신(新)’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이명박근혜를 뒤따르며 ‘일자리 창출’을 명분삼아 자본주의 경제의 안전장치들을 해체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규제의 빗장을 풀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그러나 이 시도는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재벌그룹에 경제력을 급속히 집중시키며,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문재인은 그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세상을 위한 물질적 지반을 다지고 있다. 동시에 전투적 선진노동자들이 자본주의와는 다른 세상을 꿈꿀 기반도 만들어 내고 있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