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선업 산재사고, 과연 막을 수 있나


조선업산재
조선소는 대표적인 산재공화국이다. 워낙 위험한 작업이 많기도 하지만 무법천지의 노동환경이기 때문에 매년 수십 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간다.
작년 5월 1일 노동절에 발생한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충돌사고로 31명의 노동자가 죽거나 다쳤고, 8월 20일엔 STX조선해양에서 폭발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가 작년 11월에 구성됐고 지난 9월 6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도대체 얼마나 죽어나갔나

보통 산재사고 하면 건설업을 떠올린다. 하지만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사망만인율 평균은 조선업이(1.68) 건설업(1.58)을 넘고 있다. 이는 전 산업 평균(0.7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참고로, 사망만인율이란 사망자 수의 1만 배를 전체 노동자 수로 나눈 값으로, 전 산업의 노동자 중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때 사용하는 지표다.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조선업에선 324명의 노동자가 죽었고, 이 중 하청노동자가 257명으로 79.3%에 달했다.
사망사고만이 아니라 일하다 다친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매년 평균 1,560명의 조선소노동자가 다쳤다. 그런데 이 수치조차 믿을 수 없다. 조선소노동자들은 다쳐도 산재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산재는커녕 공상처리라도 해준다면 감지덕지인 곳이 조선소다.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인 요즘엔 정규직도 마찬가지다.

원인이 무엇인가

조선업에서 이처럼 산재사고율이 높은 이유는 우선 다단계 하청화에 있다. 과도한 비용절감이라는 목표에 따라 원청에서는 하청업체에 주는 기성[공사 금액]을 삭감하고 하청업체는 공사기간을 단축해 만회하려 한다. 당연히 안전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조선소하청노동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현장의 안전관리자도 공정이 바쁘다고 하면 위험한 작업도 모른 척한다.
두 번째로 원청의 책임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조선업의 과태료 처분 건수가 2,006건이었지만, 전체 금액은 25억2천만 원에 불과했다. ‘보고서’에서도 사용자들의 면접조사 결과 정부의 과태료가 부담스런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작업중단이 더 부담스럽다고 한다.
한국 조선산업의 신화는 이렇게 저비용, 고위험을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이뤄졌다. 사람목숨보다, 노동자의 건강보다 이익이 먼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세계 1위의 조선업 강국이 됐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조선업의 고질적인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살인법 도입, 외주화의 ‘고비용’ 구조 구축, 다단계 하도급 금지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또한 조선업자본가들에게 맡겨봐야 되지 않을 일이다. 그렇다고 자본가정부가 나서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모든 조선소에서 안전한 작업장을 만든다며 추진하는 제도들은 사실상 현장통제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은 조선소 담장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소 노동자들의 안전은 스스로가 확보해야 한다. 위험한 일을 강요당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요구하고 투쟁해야 죽지 않고 다치지 않을 권리를 쟁취할 수 있고, 진정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 수 있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