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본가들의 ‘저출산 고민’과 노동자들의 ‘출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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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분기의 합계출산율 추정치는 여성 1명당 0.97명이다. 10년 전에 비해 약 23% 감소했다. 30년 전인 1987년에는 약 62만 명이 출생했으나, 2017년에는 35만 명이 출생했다.

자본가들의 관점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저출산 추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2100년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2천만 명으로 줄어들고, 27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김학용은 최근 “청년들이 자기 편하려 출산을 기피한다. 부모 세대들은 아이를 키우는 게 쉬워서 많이 낳았겠는가. (출산이) 중요한 일이라는 가치관을 청년들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저출산 문제를 청년들의 탓으로 돌린다.
2018년 지금은 청년 5.8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50년 뒤에는 청년 1.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통계는 뉴스채널을 통해 흘러나와 시청자들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이것은 애를 안 낳으면 노인들을 전부 다 부양시킬 것이라는 청년 노동자들을 향한 협박이다.
그러나 고령화는 노동인구를 자꾸 감소시켜 자본가계급이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을 증가시킨다. 노동자의 숫자가 줄어들면 저임금 노동자를 구하기도 어려워지며, 노동인구 감소는 소비시장도 위축시킨다. 그들은 이 사회가 겪을 갖가지 문제를 걱정하는 것처럼 떠들지만, 사실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자본주의 경제가 활력을 잃고 이윤이 감소하는 것을 걱정한다.

노동자들의 관점

그러나 결혼을 고민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저출산 문제’가 아니라 바로 ‘출산문제’다. 결혼과 출산은 당사자에게 엄청난 비용부담이다. 2017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 30대의 55.7%가 ‘결혼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그 가운데 46.4%가 ‘비용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젊은 남녀들이 결혼에 부정적인 이유로 “결혼하면 지게 될 책임이 벅차다”는 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어떤 여성 노동자는 “취업면접부터 결혼은 언제 하냐, 애는 낳을 거냐고 물어본다”며 불안한 직장생활에 관해 토로한다. 출산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비슷하다. “나 키우는 데 부모님이 들인 돈이 얼마야, 내가 이걸 애기한테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양육비, 교육비 부담을 걱정한다.
어떤 남성 노동자는 “10년, 20년 뒤에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만큼 안정될 수 있을까?” 하고 미래의 경제적 처지를 걱정한다. 이어서 “원룸에서 애를 키울 수는 없지 않느냐. 아파트 값이 너무 비싸다”며 결혼과 양육에 필수적인 주택을 얻기 어려운 문제도 제기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30평형 아파트 평균가격은 서울 기준 7억 2천만 원, 전국 기준 3억 3천만 원이다. 월 100만원씩 ‘저축’해도 30~60년을 모아야 자녀와 가족이 살 집을 구입할 수 있다.

진짜 비난받아야 할 자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상대적 박탈감에 가족의 마음은 헤집어지고, 생활고에 고생길은 꽃핀다.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는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출산했을 때 겪을 어려움’이 문제다. 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당하다.
저출산 문제는 자본가계급이 만들었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쉽게 해고하며, 집값을 올려 폭리를 취했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들면서 이윤을 쥐어짜내 왔다. 자본가계급은 노동계급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비난할 자격이 전혀 없다.

권오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