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중공업 전면총파업의 교훈과 과제


6일간의 전면총파업

현대중공업지부는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전면총파업을 결행했다. 지부사무실 앞에는 지단별 14동의 천막이 펼쳐졌고, 초반 파업대오의 사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면총파업은 또 한 번 보여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둘째 날 오전에 실행된 지단별 현장순회투쟁은 일부 지단만 적극적으로 수행했고, 넷째 날인 일요일엔 지도부 스스로 일부 차단했던 물류를 터주었다. 다음날엔 파업대오를 사외오토바이시위 명목으로 현장에서 분리시켰다. 마지막 날엔 천막을 철수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전면총파업’은 민망한 보여주기로 끝나버렸다.
이렇게 전면총파업은 그나마 유지되던 적극적 조합원 1천여 명의 사기를 떨어트렸고, 사측과 노동조합을 저울질하던 파업불참자들의 저울추를 사측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새로운 지도력의 필요

물론 완전히 패배적인 결과만 보여준 건 아니다. 현중지부의 핵심동력이었던 1천여 명의 조합원은 극심한 폭염에도 전면총파업지침을 수행했다. 이들은 사측의 이윤을 침해하지 않는, 힘 빠지는 보여주기식 전술보다 능동적인 전술을 원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파업참여가 사측과 어용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사전 조직화도 준비도 부실했지만 이들은 모였다. 현중지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 조합원들은 지도부를 믿어서 파업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어차피 당선되자마자 2년치 임•단협을 굴욕적으로 마무리 지었던 지도부는 믿을 수 있는 지도부가 아니었다. 이제 지도력은 현장에서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노동자는 투쟁을 통해 배우고 투쟁을 통해 성장한다. 아무리 승리한다 해도 관료들과 사측의 암묵적인 농간에 휘둘리며 돈에 목메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패배한다 해도 이를 통해 배우고 약점을 보완하며 자신들의 잠재력인 단결의 힘을 키워가는 노동자들이 있다.

더욱 자신감을 얻은 현대중공업 사측

예정대로 해양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여름휴가 직후인 8월 23일 해양사업부본부장은 희망퇴직과 조기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무급휴업을 강행하기 위해 울산노동위원회에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 신청’을 했다. 이뿐이 아니다. ‘직무향상교육’을 받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2박3일간 강제 봉사활동을 보내버렸다. 불참하거나 휴대폰 등을 사용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협박과 함께. 일렉트릭은 10월부터 약 400여 명의 교육과 휴업 계획과 함께 28일 기습적으로 해양사업부와 동일한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시행을 발표했다.
휴가직전의 전면총파업이 사실상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사측은 계획했던 구조조정을 자신 있게 밀어가고 있다. 아무리 피하고자 해도 현대중공업자본은 전면 공격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나

해양사업부에서 대대적으로 시작된 사측의 공격으로 현중지부는 또다시 3일간의 파업을 진행했다. 가동이 중단된 해양사업부에서의 규탄집회와 사외선전전이 중심인 파업은 사측에게 압박이 되지 못한다. 어차피 다음 대결이 진검승부일 것이다.
지난 ‘전면총파업’처럼 그나마 모인 파업대오를 쪼개 집단적 힘을 해체시켜서는 안 된다. 파업불참자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선 노동자의 집단적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현장순회투쟁에서도 2지단에선 백 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몇 시간동안 현장을 마비시켰고 파업대오의 자신감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텅 빈 공장 밖 도로를 대시민 선전활동이라며 돌아다니는 것보다 현장을 지키면서 현장노동자를 최대한 조직해 파업의 힘을 키우는 것이 백배는 효과적이다.
이것이 다음의 진검승부에서 꼭 실행해야 할 노동자의 투쟁방법이다. 자본의 이윤 수레바퀴를 멈추고 투쟁대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이제 현중노동자들은 배우고 있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