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저임금 인상,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가구소득 증감율

“저임금에 허덕이는 근로자들께 임금을 좀 올려드린다는 것이 병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우익 야당에 맞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지키는 수호자인 것처럼 행세한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조치에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시간당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7% 인상된 지 8개월이 지난 오늘, 노동자들의 삶은 어떨까.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오히려 임금은 떨어져

알바 노동자들의 일터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내보내고 있다. 쫓겨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한 푼도 벌 수 없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 탓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돈을 매우 아껴 써야만 한다. 알바 노동자들은 “요즘은 자리도 잘 없고, 있더라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월,수,금요일 4시간씩 사람을 쓰는 곳이 많아서 일은 아주 힘들고 돈은 못 벌고 시간만 버린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런 문제는 알바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선소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상여금도 없어지고 주휴수당도 반으로 깎일 예정이라 작년이나 올해나 내년이나 월급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오히려 “최저임금 오르고 나서 밥값 등 물가가 많이 올라 부담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실제로 8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취업 인원수는 지난해보다 18% 줄었으며 수입은 지난해보다 7.6% 줄어들었다. 특히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9% 감소해 많은 노동자들의 월급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저임금 노동자들의 벌이가 나빠지고 있는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는 전년에 비해 10.3% 더 많이 벌고 있다.
많은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생필품 물가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 7월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쌀값은 금년 상반기에만 26.4% 올랐다. 외식 품목별 물가 상승률을 보면 도시락(5.7%), 김밥(5.3%), 짜장면(4.7%) 등이 크게 올랐다. 식품 생산업체 ‘오뚜기’는 16개 품목의 가격을 최대 27%나 올렸다. 생필품 가격이 치솟으면 작년과 비슷한 임금을 받더라도 삶의 질은 훨씬 떨어진다.

‘소득주도 정책’이 노동자 생존권 보장 못한다

최저임금은 오르고 있지만 많은 노동자,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인상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물가까지 치솟아 실질임금은 더욱 떨어진다.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연스럽다.
자본주의 경제는 오랫동안 침체돼 있다. 자본가들은 스스로가 경쟁에서 도태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의 임금을 깎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노동자 다수가 항의하지 않는 이상 임금을 올려줄 생각이 없다. 노동자들은 맞서 싸울 힘이 있을 때만 더 많은 월급을 손에 쥘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월급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오히려 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해 전국 곳곳의 현장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반면에 자본가들에게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명목으로 올해에만 3조원 규모의 돈을 퍼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노동자들의 편에 서 있는 것처럼 생색내지만 사실은 자본가들을 도우며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있다.

권오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