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인상을 낳는가?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임금인상은 노동자에게 이롭지 않고, 따라서 임금인상을 위해 노동조합이 싸우는 것은 해로운 일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다. 이 얘기는 사실인가?

임금인상은 무엇에 영향을 미치는가?

임금인상은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윤만 줄일 뿐이다. 왜 그런가? 상품의 가치는 상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 있는 전체 노동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가령, 장난감 자동차가 1만 원이고, 실제 자동차가 1천만 원이라면,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 때보다 실제 자동차를 만들 때 천 배 많은 노동을 투여한다는 뜻이다. 상품을 만들려면 원자재, 기계, 생산도구 등 생산수단을 활용해 노동자가 노동해야 한다. 원자재, 기계, 생산도구 등도 과거의 노동이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상품의 가치는 원자재, 기계, 생산도구를 만들기 위해 과거에 투여한 노동과 상품을 만들기 위해 새로 투여한 노동의 양을 합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원자재, 기계, 생산도구의 가치는 생산과정에서 조금도 늘어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지닌 가치만을 생산물로 이전할 뿐이다(불변자본). 반면, 노동자는 자신이 받는 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가변자본). 가령, 시급 7천 원을 받더라도 실제로는 1만 원, 2만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새로 만들어낸 가치 중에서 임금으로 주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를 이윤으로 취한다. 가령, 노동이 2만 원의 가치를 창출했을 때, 임금이 7천 원이면, 이윤은 1만 3천 원인 셈이다. 노동자의 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이윤은 1만 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임금이 올라도 상품의 가치(가격)는 변하지 않는다. 가령, 원료, 기계 등 불변자본이 3만 원이고, 노동이 새로 만든 가치가 2만 원이라면 상품의 가치는 5만 원이다. 여기에서 노동자 임금이 7천 원에서 만 원으로 오르면, 노동이 새로 만든 가치 2만 원에서 자본가가 가져가는 몫만 줄어들 뿐이지 상품 가치가 5만 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현실에선 왜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가?

임금인상으로 이윤이 줄면 자본가들은 물가를 올려 줄어든 이윤을 만회하려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는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서로 판매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야 하기에 상품 가격은 다시 하락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가령 자본가들이 임금이 올랐다며 아이스크림 가격을 높이면, 소비자들은 아이스크림을 덜 먹게 되고 그럼 아이스크림 자본가들 사이에 판매 경쟁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스크림 가격은 다시 낮아지게 된다. 결국 임금인상은 이윤을 줄일 뿐, 상품 가격을 바꾸진 못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자본가들이 이윤을 유지하거나 늘리고 싶어 서로 담합해 물가를 인상하기 때문이다. 가령, 아이스크림 자본가들이 서로 담합해 가격을 동일하게 인상하고, 가격인하 경쟁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소주, 영화관, 라면 등 우리는 현실에서 이런 현상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이러면 임금인상은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산업과 상품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 노동자의 저항도 고려해야 하기에 모든 산업에서 자본가들이 자기 마음대로 물가를 올릴 수는 없지만 말이다.

영업비밀 공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투쟁에 나서야 하지만,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시키는 자본가들에 맞서 싸우는 것도 필요하다. 자본가들이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는 생산원가를 공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이윤을 얼마만큼 가져가는지, 그리고 물가인상의 진짜 원인이 임금인상인지 아니면 이윤에 대한 자본가들의 탐욕 때문인지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오른다고? 그럼 너희들의 영업장부를 공개해 봐라!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