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SOS, 지구온난화와 폭염


111년 만의 최악이라는 폭염은 더위와 관련된 모든 기록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까지 바꿔놓고, 대프리카와 서프리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세계적으로 10대 최고 기온의 해는 모두 1998년 이후에 발생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은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악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젠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정도로 일상화된 폭염과 기후재앙. 그 원인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가?

정상적인 패턴이 깨지고 있다.

지구가 전체적으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 하나가 대기를 순환시켜주는 제트기류다. 적도 부근의 더운 공기와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의 경계 부근에서 발생하는 온도와 기압 차이가 강력한 제트기류를 형성한다. 이 제트기류가 대기를 순환시켜 적도 부근의 뜨거운 열에너지를 지구 곳곳으로 분산시키고, 온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준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북극이 지구 평균보다 5배나 높은 5℃나 상승했고, 빙하면적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제트기류와 대기순환이 약해졌다. 그 때문에 적도 부근의 뜨거운 공기가 골고루 퍼져나가지 못하고, 북미나 유럽 등 지구 중위도 지역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열돔 현상이 발생했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지구온난화

이런 지구온난화는 경쟁적으로 경제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 등) 사용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벌어지는 무자비한 삼림 파괴 등으로 대기 중 온실가스가 대폭 늘어나면서 심화되고 있다. 이미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가량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2℃ 상승할 경우 △10억~20억 명 물 부족 △생물종 중 20~30% 멸종 △1,000~3,000만 명 기근 위협 △3,000여 만 명의 홍수 위험 노출 △여름철 폭염에 따른 수십만 명의 심장마비 사망 △그린란드 빙하, 안데스 산맥 만년설 소멸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는 가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를 더 자주 불러온다. 최근에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발생하는 대형 산불도 고온 건조해진 날씨가 한몫했다. 중국내륙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사막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지구온난화는 극지방의 얼음을 녹여 바닷물 기온과 수위를 상승시킨다. 데워진 바닷물은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더욱 감소시켜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한층 높아진 수위는 해안가 저지대를 수시로 침수시킬 것이다. 이미 태평양의 몇몇 섬은 바다 밑으로 잠길 운명에 처해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전방위적으로 자연과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무늬만 화려한 각종 기후협약들

이처럼 갈수록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1988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설립하고, 1992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린 UN환경개발회의에서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각 나라별로 온실가스 감축기간과 감축량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교토의정서가 마련됐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제외됐고, 미국이 거부하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2015년에는 전 세계 195개국이 동참한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기온 상승폭을 2℃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비용부담과 경제위축을 핑계 삼아 협정을 탈퇴해버렸다. 세계 1위 배출국인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핑계로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를 대대적으로 건설하는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2015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7위이지만, 비정부기구인 ‘저먼워치’가 2017년에 발표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은 ‘매우 부족’으로 조사 대상 60개국 중 최하위(57위) 수준이다. 이처럼 각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무한 경쟁과 탐욕에 눈이 멀어 지구온난화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폭염 피해를 뒤집어쓰는 사람들

그러는 사이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주요 식량인 밀 생산량이 6년 만에 감소가 예상되면서 밀값은 올 초보다 30%가랑 올랐다. 벌써부터 투기꾼들이 몰려드는 모양새다. 국내 농업도 흉년이 예상되면서 과일과 채소를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냉방기구 사용 증가로 전기세도 늘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50여 명이 사망했고, 4,000명이 넘는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폭염이 노약자들의 건강을 악화시켜 올여름 동안 사망자가 10%나 늘었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건설이나 농업, 조선업 등에서 야외 작업을 하다가 죽어나가는 노동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노동부는 작년 12월에 폭염 시 휴식시간이나 시원한 물 제공, 현장 그늘막 설치, 35도 이상 시 긴급작업 외 작업중단 같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공사기간이 곧 이윤과 직결되고, 다단계 하청구조가 판을 치는 건설현장에서 위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지켜질 리 없으며, 설령 단속에 걸리더라도 벌금 몇 푼으로 해결되니 이런 걸로 어떻게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회사가 어렵다며 정부로부터 8,100억원이나 뜯어낸 한국지엠은 돈이 없다며 여름마다 지급하던 아이스크림도 없앴다. 대우조선에서는 투쟁으로 따낸 폭염 시 유급휴식시간 보장이 일당직이나 물량팀 같은 비정규직들에게는 무급휴식으로 둔갑하고 있다.

자본가들과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어느 시점에 이르면 그 이전과 달리 급격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과 탐욕에 눈이 먼 자본가들은 이조차도 돈벌이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멀쩡하던 숲을 밀어내고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핵발전을 늘리려는 미친 짓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 같은 전 지구적 문제는 단지 개인들의 개별행동으로 막을 수 없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나 혼자 걸어다닌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시스템을 개편하고, 무료화한다면 자가용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에어컨을 덜 쓴다고 될 문제도 아니다. 주택용 전기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며,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분야에 강력한 절전 정책을 도입한다면 전기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도시 난개발을 막아내고, 도심 곳곳에 의무적으로 녹지대를 형성해서 열섬 현상을 줄여야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처럼 오염물질을 돈으로 사고파는 투기정책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러나 정유, 자동차, 발전 같은 화석연료 관련 자본가들과 정부는 마지막까지 이런 시도들을 거부할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지구온난화와 폭염으로 주머니가 털리고,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오직 자신들만의 이윤이기 때문이다.

정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