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입시지옥을 철폐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문재인정부


교육문제.jpg

문재인 정부가 1년 동안 교육정책에서 오락가락하더니 결국 8월 17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수능 성적으로 선발하는 정시의 비율을 현행 20% 수준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제2외국어/한문만 절대평가제로 변경하고 국어,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누더기 절충안

1년 전만 해도 교육부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며 사실상 정시 폐지를 시사했다. 수능에서 상대평가를 유지하면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을 누르고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학원에 돈을 갖다 바치며 필사적으로 공부한다. 학부모들은 값비싼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고,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그리고 주말까지 공부하느라 허리가 휜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1년 전 약속대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 사실상 정시를 폐지했다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허리가 펴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지금 주요 대학의 수시 비율은 70%나 된다. 그중에서도 학생부종합 전형(학종)의 비율이 가장 높다. 정시 폐지는 곧 수시 강화이며 학종 강화인데, 학종은 그동안 숱하게 비판받았다. 돈을 많이 쏟아부어 다채롭고 화려한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부잣집 자식들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고, 합격과 불합격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이유를 투명하게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론 결과는 ‘학종은 불공정하기에 정시를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교육부는 정시(수능)를 강화할 수도 없고, 수시(학종)를 강화할 수도 없어서 ‘정시 30% 이상’, ‘제2외국어/한문만 빼고 상대평가 유지’라는 누더기 절충안을 대안이랍시고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정부가 다른 쌈빡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다.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숟가락을 쓰든 젓가락을 쓰든

“국세청에서 발표한 2016년도 근로소득 자료를 보면 근로자의 절반은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었다. 10명 중 3명은 당시 최저임금 수준인 126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고 있었다. 반면 한 조사에 따르면 상위 10%는 899만원이었다.”(헤럴드경제, 2018년 4월 8일자)
한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불평등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학력, 학벌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 노동시장의 상위층이라는 좁은 취업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선 SKY(서울대, 연대, 고대) 같은 좁은 대학문으로 들어가려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벌인다. SKY 진학에는 과학고, 외고, 자사고가 유리하다고 판단해 그곳 진학을 목표로 초등학생, 중학생 때부터 친구를 잠재적 적으로 여기고 공부전쟁을 치를 수 있도록 공부전투로봇으로 훈련시킨다.
취업문이 좁고, 대학문이 좁다면 정시를 강화하든 수시를 강화하든 입시는 전쟁이고 지옥일 수밖에 없고,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밥 먹기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숟가락을 쓰든 젓가락을 쓰든 별 차이가 없다”.
결국, 학력 간 임금격차, 학벌사회, 대학서열화, 고교서열화를 모두 깨부숴야 입시지옥을 철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교육혁명은 결국 이윤증식 경쟁의 필요성 때문에 경쟁을 최고의 원리로 간주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때만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다른 문제에서도 그렇지만, 교육문제 해결에서도 문재인 정부한테 기대할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김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