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여성억압의 뿌리를 파헤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마르크스주의 핵심사상을 연재 기사로 다루고 있다.

① 마르크스 철학은 왜 노동자의 철학인가?
② 노동자계급 혁명가, 마르크스의 삶과 투쟁
③ 여전히 생명력 넘치는 <공산당 선언>
④ 노동자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 문재인 자본가정부 대 노동자정부 파리꼬뮨
⑤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⑥ “노동자해방은 노동자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⑦ <자본> 1 – 자본주의 사회의 비밀, 잉여가치
⑧ <자본> 2 – “자본주의는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쓰고 등장했다”
⑨ <자본> 3 – “한쪽에는 부의 축적, 다른 한쪽에는 빈곤의 축적”
⑩ 마르크스주의와 노동자혁명의 현실성


육체적 질병을 치료하려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사회적 질병도 마찬가지다. 여성억압의 뿌리를 정확히 알아야, 여성억압을 완전히 끝장낼 길이 열린다.
그 점에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은 여성억압의 기원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기에 여성해방을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맑스가 미국 인류학자 모건의 <고대사회> 등을 읽고 쓴 방대한 ‘민속학 노트’를 바탕으로 엥겔스가 1884년에 썼다.

사유재산의 발생

일부 페미니스트가 생각하듯 여성억압이 인류역사에서 항상 존재했던 건 아니다. “[원시공산제 사회의] 공산주의적 세대와 씨족은 노인, 병자, 전쟁 불구자들에 대한 자기들의 의무를 잘 알고 있었다. 만인이 평등하고 자유로웠다. 여자도 그랬다. 노예는 아직 존재할 여지가 없었다.”(<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 [맑스엥겔스 저작선집] 6권, 110쪽)
그런데 생산력이 발전해 경제적 토대가 바뀌자 가족형태와 남녀관계도 바뀌었다. “말, 낙타, 당나귀, 소, 양, 산양, 돼지 등의 가축 떼를 갖게 됨에 따라, 감시하고 적당히 돌보기만 하면 끊임없이 대량 번식해 젖과 고기를 매우 풍부하게 공급해 주는 재산을 보유하게 됐다.”(65쪽)
그런데 이 새로운 재산은 누구의 것이었는가? 아이를 많이 낳고 젖을 자주 먹여야 했기에 멀리 갈 수 없었던 여성 대신 남성들이 가축을 돌보는 일을 더 많이 했고 그 결과 가축은 남성의 재산이 됐다. 빠르게 늘어나는 많은 가축을 돌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포로를 노예로 만들었는데, 이 노예(인간 가축)도 남편의 사유재산이 됐다.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

남편은 사유재산을 자기 자녀들에게 상속할 필요를 느꼈는데, 기존의 모계제(군혼)에서는 이런 상속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남편은 기존의 모계제를 파기하고, 부계 상속제를 관철했다.
“모권제의 전복은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였다. 남자는 집안에서도 주도권을 잡게 됐다. 여자는 지위가 하락해 예속적 처지에 놓이게 됐고, 남자의 정욕의 노예로, 단순한 산아도구로 전락했다.”(68쪽)

사회주의는 여성해방의 결정적 토대

위에서 보듯, 여성억압은 사유재산, 계급착취와 함께 등장했다. 그리고 노예제에서 봉건제를 거쳐 자본주의로 변해 왔지만 사유재산, 계급착취와 함께 여성억압도 형태만 다를 뿐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 여성억압의 근본뿌리는 다음 세대 노동자를 낳고 기르고 먹이고 사회화하는 책임을 개별 가정에 떠넘기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가사노동을 사회화하는 것이 여성해방의 결정적 토대가 된다. “생산수단이 공동소유가 됨으로써 개별 가족은 사회의 경제적 단위가 아니게 된다. 사적인 가사는 사회적 산업으로 전화한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은 공무가 된다.”(87쪽)
그런 사회에서만 돈이나 권력 등 다른 어떤 요인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진정한 사랑에만 기초해 남녀가 결합하는 것이 온전히 가능해질 것이다.

김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