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민연금, 더 내고 덜 받아라?


국민연금 개악안에 대한 분노가 뜨겁다. 더 내고, 덜 받게 하겠다는데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8월 17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경에 고갈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후 40년 동안 출산율, 고용률, 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추산한 것이다. 이것은 지배자들이 실업, 빈곤, 저출산 등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렇든 저렇든 더 많이 내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개악안 2개를 내놨다. 첫 번째 안은 소득대체율(나중에 받을 돈. 소득대체율 50%는 가입기간 월 평균소득이 100만 원이라면 은퇴 후 월 50만 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을 올해처럼 45%로 유지하되 보험료율(내야 할 돈)을 당장 내년부터 9%에서 11%로 올리는 방안이다.
두 번째 안은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되, 내년부터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5%(2029년)까지 인상하는 방안이다. 연금을 받는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어느 안이든 보험료 인상을 강요한다. 보험료를 당장 올리느냐, 단계적으로 올리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소득대체율,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소득대체율을 계속 떨어뜨려 왔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때 70%였지만,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1차 연금개악을 통해 60%로 떨어뜨렸다. 이어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2차 연금개악을 통해 또다시 6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줄어들게 했다. 이제 문재인정부가 그 바통을 이어받으려 한다.

용돈연금

그런데 소득대체율 40%조차 60세까지 일하면서 4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아서 (2017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신규수급자의 평균가입 기간이 17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실질소득대체율은 24%밖에 안 된다. 연금으로 월 30만원도 못 받는 비율이 55.8%나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돈연금’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지금도 수많은 노인들이 빈곤으로 고통받으며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에라도 연금 수령액이 더 늘어야 한다. 문제는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기업과 정부의 부담을 늘려야

국민연금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50%를 기업이 내고 있는데, 이 비율을 늘려야 한다. 그동안 노동자의 피땀으로 막대한 이윤을 쌓아온 기업들이 더 많이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나도 정당한 요구다. 한편, 2015년 기준으로 유럽연합의 GDP 대비 공적연금(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평균지출은 11.3%였는데, 한국은 고작 2.6%였다. 따라서 정부 책임 강화도 무리한 요구가 결코 아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악안을 10월 국회에 제출하려고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약속은 내팽개치고,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에 팔을 걷어붙인 정부가 국민연금마저 개악하려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노후소득을 강탈당하지 않으려면 노사정위라는 덫 속의 입씨름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부터 단결투쟁의 기운을 착실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현장신문 <노동자의 목소리> 1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