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험한 건 난민이 아니라 전쟁 부추기는 자본주의 — 예멘 난민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 500여 명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뜨겁다. 이전에도 난민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짧은 시간 안에 갑자기 늘어난 난민 숫자는 사람들에게 온갖 우려와 걱정,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예멘에서 일어난 일들
난민이란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에 따른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번에 한국에 온 예멘난민들 역시 전쟁을 피해 도망 나온 사람들이다.
중동지역에 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33년간 장기 독재하던 살레정권이 무너지자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들 간의 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주변국들이 개입하면서 내전이 국제전으로 확대되었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폭격도 자행되었다. 콜레라가 창궐하고 기아로 죽어나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3년의 전쟁 동안 4만4천 명이 숨졌다.

강대국의 책임 그리고 한국의 책임 
국민들의 목숨보다 자신들의 집권에 더 혈안이 된 후티 반군과 정부군, 불안정한 중동 정세 속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군사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사우디, 그리고 이것을 기회삼아 전쟁무기를 판매하면서 이득을 챙긴 미국…. 세계 1위 무기수출국인 미국과 세계 2위 무기 수입국인 사우디 사이의 이해관계가 예멘을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은 것이다.
단지 미국만이 아니다. 프랑스도 영국도 그리고 한국 역시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해 전쟁에 일조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얻고 있고, 전쟁의 피해자들은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그 어디서도 반기지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이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장본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왜 피해자들이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점점 늘어나는 난민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국가들에서 전쟁이 계속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종교전쟁, 민족 간의 갈등이 핵심 요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경제적 이권 다툼이 존재한다. 석유나 광물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열강들의 치열한 개입이 이라크, 레바논, 이집트, 시리아, 소말리아, 콩고 등 중동과 아프리카의 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미 잘 알려진 이라크 전쟁이다.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지배계급 간의 경쟁은 중동, 남미, 아시아 등에서 끊임없이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갈등을 심화시킨다. 최근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난민은 6,850만 명에 달한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과잉생산과 이윤율 저하에 따른 공황의 장기화 속에서 자본가계급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이것이 전쟁과 난민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역시 전쟁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 한반도 평화무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격해지는 미중 무역갈등을 끝내 해결하지 못하면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고, 그 경우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건 순식간일 수 있다.

후퇴하는 난민정책
난민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세계를 강타한 중요한 이슈였다. 물밀 듯 밀려드는 난민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놓고 정치적 논쟁이 거세게 일었다.
이미 지난 4년간 터키(350만 명), 파키스탄(140만 명), 우간다(140만 명) 등에서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였으며 유럽의 경우에도 독일(141만 명), 프랑스(40만 명), 이탈리아(35만 명), 스웨덴(33만 명) 등에서 난민들을 수용해왔는데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난민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배타적이었던 독일에서도 난민을 제한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장기침체 상황에서 트럼프와 같이 배타적인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자국민 우선주의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의 테러, 이주민 범죄에 대한 우려와 공포도 한몫하고 있다. 난민 수는 늘어나지만 난민이 갈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난민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를 만든 사람이 일차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기본이고 상식이다. 파시즘으로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수많은 난민을 만들었던 전범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난민들을 수용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적으로 전쟁을 부추기고 있고, 전쟁을 통해 이득을 보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신들 때문에 발생한 난민문제에 대해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난민 문제는 세계적인 자본경쟁과 약탈 전쟁을 없앨 때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본가계급은 이 일을 절대 해낼 수 없다. 자본경쟁과 약탈 전쟁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노동자들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 모든 억압과 착취로부터 모든 민족을, 인류를 해방시킬 노동자계급만이 가장 따뜻하게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고, 또 받아들여야 한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