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법농단,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법은 자본가들의 몽둥이


“장래에 올 수도 있는 경영상 위기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정리해고도 정당하다.”
이런 이유로 양승태 시절의 대법원은 고등법원 판결까지 뒤집고 콜텍,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런 판결은 자본가들에게 정리해고 칼날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었다. 최근에 일부만 공개된 사법농단 문서들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기여했다”며 자화자찬했다.

살인 공범

자본가들과 그 정부는 노동자들을 유연하게 썼다 버렸다 하고 싶어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살인이다.
2015년에 양승태 대법원은 1,2심을 뒤집고 KTX 승무원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한 KTX 승무원이 세 살 딸을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코레일 사측이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며 KTX 승무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뒤 해고했다. 취업 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은 이런 취업사기와 해고가 모두 ‘합법’이라고 승인해주면서 승무원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쌍용차에서도 정리해고 이후 29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노조, 파업 모두 불법화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먹이며 자본가들이 그동안 꿀꺽했던 통상임금도 노동자들이 제대로 청구할 수 없게 판결했다. 그리고 해직교사가 속해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는 법외노조라고 했다.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선 ‘예고된 파업이었지만 예견할 수 없었다’는 황당한 논리로 업무방해죄를 인정해, 철도노동자 200명 해고와 1만 1천 명 징계를 정당화했다.
법원은 ‘정의의 최후 보루’가 아니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맘대로 자르고, 맘대로 임금 빼앗고, 맘대로 노조와 파업을 깰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도와주는 ‘자본가들의 몽둥이’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다른가?

‘적폐 청산’을 내건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재용은 풀려났고, 한진그룹 조현민·이명희의 구속영장은 연달아 기각됐다. 사법부는 여전히 자본가의 시녀 역할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KTX 여승무원 문제 해결,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중소조선소, 지엠 구조조정 과정에선 대량해고를 밀어붙이거나 용인했고,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임금 줬다 뺏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기업가의 부담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자(억제하자)’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쌍용차의 비극을 낳은 정리해고제는 김대중 정부가 만들었고, KTX 여승무원을 비롯한 수많은 비정규직의 고통을 낳은 비정규악법은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다. 따라서 이명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라 민주당 정부들도 적폐다. 무엇보다 한 줌 자본가들이 노동착취로 무한탐욕을 채우는 자본가세상 자체가 적폐다.
그리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청와대가 뒤에서 거래하든, 최저임금법 개악에서처럼 국회에서 대놓고 추진하든 법은 자본가들의 몽둥이일 뿐이다. 따라서 노동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든 법에 대해서든 어떤 환상도 갖지 말고 오직 자기 힘만 믿어야 한다.

 

현장신문 <노동자의 목소리> 1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