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두 죽음의 다른 무게 — 자본가의 죽음과 노동자의 죽음


5월 3일 오후, 구미시 한 원룸에서 A씨(28세, 무직)와 16개월 된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월세가 두 달 치 밀려 관리업자가 찾아갔다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신고했다. 경찰이 원룸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자 방 안에 부자가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과 타살 흔적이 없는 점, 집 안에서 음식물을 조리해 먹은 흔적이 없는 점, A씨와 아기가 매우 야위어 있는 점 등을 미뤄 A씨가 병을 앓다가 숨지고, 아들은 굶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웃 주민은 “평소 A씨가 많이 아파 보였으며, 얼굴이 핼쑥해 아픈 사람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5월 20일, LG 회장 구본무가 73세로 사망했다.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정말 존경받는 훌륭한 ‘재계의 별’이 가셨다”, “좀 더 경영을 하셨으면 좋은 성과가 있었을 텐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경남도지사 후보 김경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구본무의 깊은 인연을 소개하며 “존경받는 재계의 거목이셨고…너무 고맙고 특별한 어른”이라며 애도했다. TV는 며칠째 구 회장의 빈소를 중계하며, 구본무의 2조 원대 자산을 상속받을 39세 아들 구광모에 관해 떠들어댄다.
어려움에 처한 노동계급 젊은 아빠의 죽음에 관한 언론기사는 발견 당일 짧은 단신에서 멈췄다. 노동자들은 노환으로 숨진 자본가의 장례식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부자의 장례를 별 탈 없이 치렀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가 왜 병에 걸려 치료받지 못했는지, 어떤 경위로 직장을 잃었는지, 생계는 어떻게 꾸려왔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경찰이 밝혀주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각종 복지 공약을 내걸고 빈곤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던 정치인들도 28세 아빠와 16개월 아들의 죽음에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가난한 이들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굶어 죽어 가는 2018년에, 2조 원에 이르는 자산을 죽는 순간까지 움켜쥐었던 재벌 회장을 비난하는 정치인도 없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같은 해 같은 계절에 일어난 두 죽음의 무게를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권오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