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자가 기억해야 할 역사, 5.18 광주항쟁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세월호 광주에서 5.18 항쟁이 벌어진 지 38년이 지났다. <화려한 휴가>, <26년>, <택시운전사>, <임을 위한 행진곡> 등 5.18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많아졌지만 5.18이 어떤 사건인지 이해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지난 시간 동안 광주항쟁은 때로는 폭동이나 북한군의 소행으로 매도당하기도 했고, 때로는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광주항쟁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오늘날 이룩한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만이 넘쳐난다. 우리는 5.18광주항쟁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광주를 지켰는가?
광주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던 시민군의 대부분은 억압받고 착취받던 노동대중이었다.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투쟁을 학생들이 시작했으나 계엄군의 총칼에 시민들이 쓰러지자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에 앞장섰다. 총을 들고 싸웠던 기동타격대원의 다수도 노동자였고, <투사회보>를 만들고 항쟁지도부 역할을 했던 들불야학에도 노동자들이 많았다.
독재와 억압, 폭력에 맞서 헌신적으로 싸우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진 이들은 공돌이, 공순이라며 천대받던 노동자들이었다. 힘과 권력을 가진 지배계급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도시를 총칼로 짓밟는 짓을 서슴지 않았지만, 자신의 노동으로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평범한 노동자들은 우리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았던 것이다. 세상을 지키려는 자가 누구이고 세상을 망치는 자가 누구인지,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지를 광주항쟁은 잘 보여주고 있다.

대동세상 광주
1871년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정부와 프로이센군에 맞서 70여 일간의 자치권력을 만들었던 파리코뮌이 있었다. 노동자계급의 혁명정부인 코뮌은 대중이 모든 공직자를 선출하고 소환, 통제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했다. 공직자의 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을 넘을 수 없었다. 또한 자본가들이 버리고 간 공장을 노동자들의 자주관리에 맡긴다는 법령을 공포했고, 10시간노동제와 최저임금제를 선포했고, 아동에 대한 야간노동을 금지했다. 징병제와 상비군, 경찰을 해체하고 무장한 노동계급이 이를 대체했다. 아동에 대한 무료교육, 빈곤층 구제정책도 펼쳤다. 파리코뮌은 지배계급 없이도 노동대중이 얼마나 사회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비록 훨씬 더 짧고 맹아적이긴 했지만, 광주항쟁이 보여준 공동체의 모습은 파리코뮌과 유사하다. 지배자들이 물러가고 고립된 상황에서 노동대중이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를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은 우리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은 폭력적인 계엄군에 맞서 스스로 무장해 시민을 보호했다.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매우 높았다. 광주항쟁 기간 동안 도둑, 강도 같은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매점매석도 없었다. 오히려 물자를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쌀과 담배의 구매량을 스스로 제한하고 통제했다. 여성들은 시민군을 위해 자발적으로 밥을 짓고, 약국에선 의약품을 제공했다. 헌혈이 필요하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나섰고, 끊긴 대중교통을 대신해 임시노선을 운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모두가 평등하게 서로를 위하는 협력 공동체, 이것이 바로 광주가 보여준 대동세상의 모습이다. 광주항쟁은 비록 패배했지만 협력과 나눔의 자치공동체의 모습을 부분적이나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이고 역사다.

광주항쟁은 끝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도 거부했던 박근혜 정부를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대통령은 작년 5.18 기념식에서 ‘광주 정신은 촛불 광장에서 부활했고, 촛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계승자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민주당류에게 5. 18이란 80년 광주에서 외쳤던 ‘독재타도, 민주주의 쟁취’라는 구호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하지만 5.18이 국가기념일이 되고, 망월동의 무덤이 깨끗한 신묘역으로 옮겨가고, 5.18특별법이 통과되어 진상규명에 나서게 되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독재정권이 사라지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확대되었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나아졌는가?
몇 차례 진상조사를 했지만 살인마 전두환은 여전히 국가의 보호 아래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민주주의를 계승한다는 민주당 정권들은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했고, 민영화를 밀어붙였으며, 최저임금제를 개악하고 있다. 최소한의 법조차 통용되지 않는 재벌들과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잇속은 더욱 챙기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광주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광주항쟁의 정신을 남기기 위해 죽을 줄 알면서도 끝까지 도청을 사수했던 시민군과 항쟁지도부가 지키고자 했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광주에서 보여주었던 대동세상의 모습, 즉 공동체를 위해 모두가 책임을 나눠맡고 함께 운영하는 세상, 상하귀천이 없고 억압과 착취가 없는 세상,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그런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광주항쟁의 정신을 지키는 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착취를 철폐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투쟁에 함께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 해고 반대, 노동3권 보장 등 인간답게 살기 위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탄압으로 일관하는 자본가들과 지배권력에 맞서, 지금 당장은 패배할지라도 미래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투쟁으로 떨쳐 일어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광주정신의 계승이다. 80년 광주항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