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철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 분열은 자본의 무기, 단결은 노동자의 무기


지금 철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으로 뜨겁다. 4월 17일부터 ‘철도 본연업무 및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무기한 농성이 서울역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편, 호남고속, 수도권 동부, 대전 등의 차량 직종 정규직 신규조합원들이 “정규직 전환 시 철도노조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역 2층 매표는 비정규직이, 3층 매표는 정규직이
자본의 인건비 절감, 노동자 분할통제 정책 때문에 자동차공장에서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철도도 비슷하다. 과거 정부의 외주화 정책 때문에 정규직이 했던 업무의 일부를 비정규직이 맡았다. 그래서 서울역 2층에서는 비정규직이 표를 팔고 있고, 3층에서는 정규직이 표를 팔고 있다.
서울역에서 농성하는 코레일네트웍스(KN)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차별이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정규직과 거의 똑같이 일하지만, 그리고 서울역 같은 곳에서는 고객이 많아 훨씬 힘들게 일하지만 임금은 겨우 최저임금 수준만 받고 있다.”
어느 KN 역무원은 야간에 취객이 선로에 떨어져 목숨이 위태로웠을 때 구해낸 얘기도 했다. 이처럼 고객의 생명을 지키고, 철도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하는데도 이들은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당하고 있다.

노동자 분열 부추기는 정부와 철도공사
문재인정부는 자회사 노동자를 정규직화 대상에서 배제하고, 범위가 애매모호한 ‘생명안전업무’만 정규직화한다고 했다. 그래서 역무원만이 아니라 열차승무원, 차량 도색, 콜센터 상담원 등도 정규직화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철도공사는 간접고용 노동자 9천 명 중 고작 1,396명만 직접고용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인천공항, 학교에서처럼, 철도에서 지금 벌어지는 노노 갈등의 1차적 책임은 정부와 철도공사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재정 부담 최소화’를 원칙으로 내걸고 있기에,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단결해야 함께 살 수 있다
KTX 강릉역을 개통했을 때, 철도공사는 KN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매표 업무를 맡기려고 했다. 이처럼 철도공사는 틈만 나면 외주화로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려 해왔다. 앞으로 다가올 철도공사의 외주화 공세에 맞서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외주 업무 환원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차량 쪽 신규조합원들은 비정규직이 자신들과 같은 6급으로 전환될 경우, 진급 등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 정규직화를 강하게 반대했다. 여기엔 박근혜 정부 때 노조 지도부가 근속승진제를 양보해, 앞으로 승진을 놓고 노동자들이 더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도 반영돼 있다.
하지만 빼앗긴 근속승진제를 어떻게 되찾고 함께 살지를 고민해야 하지, 비정규직을 경쟁자로 여기면서 정규직화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공채로 철도에 들어오려는 예비 노동자들을 위한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기도 하는데, 정규직화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철도공사한테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충분히 늘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일자리 부족, 인건비 부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채 누가 희생당할 것인가를 놓고 노동자들끼리 ‘폭탄 돌리기’를 하는 대신, 인력 충원, 인건비 증액을 확실하게 요구하며 단결투쟁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의 절실한 당면 요구인 4조 2교대 전환, 임금피크제 폐지, 근속승진제 원상회복 등도 철도 노동자의 단결투쟁력을 강화할 때만 쟁취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정규직이 기꺼이 나서야 단결력을 키울 수 있고, 전국의 노동자들로부터도 지지받을 수 있다.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모두 사는 길이다.

 

김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