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산재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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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은 설 연휴가 끝난 화요일이었다.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조선소에서 연휴 전후로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회사는 연휴 전에는 “고향 갈 생각에 들떠서 사고 내지 말라”고, 연휴 후에는 “놀다 와서 어수선한 마음으로 사고 내지 말라”고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회사가 안전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말하던 연휴 직후, 건조 중이던 대형 유조선 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페인트 작업을 위해 발판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20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두 아이의 아빠였던 그는 끝내 사망했다.
사고로 조선소 전체의 작업이 중지됐다. 회사는 “숙련된 작업자가 방심해 안전수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탄식했다. 한 노동자의 죽음에 안타까워 탄식했다. 어떤 이들은 작업중지 때문에 촉박해질 공정 때문에 탄식했다. 또 어떤 이들은, 회사가 말하는 사고원인에 열 받아 탄식했다.

설날, 추석, 여름휴가와 같은 연휴 동안은 선주의 공정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휴 전후로 일정이 몰린다. 2월 20일, 한 노동자가 죽던 날에도 조선소 노동자들은 검사일정에 쫓겨 바삐 일하고 있었다. 조선소 노동자에게 바쁘다는 것은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노동자가 바쁘게 일하면 회사는 돈을 번다. 연휴가 있어도, 사람이 죽어 작업중지가 떨어져도 공정을 맞춰 선주 싸인을 받아야 회사는 이윤을 남긴다. 회사는 사고를 노동자 탓으로 돌리려 애쓰지만, 회사가 노동자를 죽도록 재촉했다는 사실은 감춰지지 않는다.
1년 전 5월 1일, 거제 삼성중공업 노동자 6명이 넘어진 크레인에 깔려 죽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회사는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겼다. “바쁘게 일 시키다 사람을 죽였습니다”라는 회사의 진지한 사과는, 아니 그 이전에 노동자들을 재촉하지 않는 생산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권오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