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엠에 맞서려면 무너진 현장을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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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 앞에서 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2018.04.17. 한국GM 노동자 제공)

거침없는 지엠, 양보만 거듭한 노조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지엠 자본은 미리 각본을 짜놓은 것처럼 두 달 동안 쉴 새 없이 공세를 퍼부었다. 2,600명 희망퇴직으론 부족하다. 3,400명을 더 줄여야 한다. 50만대도 어렵다. 30만대 수준으로 더 줄여야 한다. 임금동결만으론 부족하다. 성과급은 물론 단협과 복지도 대폭 줄여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부자언론, 정치권, 협력업체 등 다양한 우군을 확보한 지엠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노조는 양보만 거듭하며 수세적으로 대응하다가 지엠이 쳐놓은 데드라인에 걸려 지엠이 들이민 구조조정 동의서에 잠정합의하고 말았다.

무너진 정신, 무너진 단결
이렇게 지엠이 자신 있게 공격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노조의 실력과 현장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큰 투쟁을 경험했던 87년 세대는 이미 퇴직했거나, 정년을 앞둘 정도로 노쇠했다. 그 후에 입사한 중간층은 2001년 정리해고 투쟁에서 가슴 아프게 패배한 기억을 안고 있다. 그 후에 들어온 젊은 층은 제대로 투쟁해본 경험조차 없다. 심지어 최근에 입사한 상당수는 알게 모르게 취업비리에 연루되어 있기도 하다.
반면에 현장조직들은 선거조직으로 전락하고, 각종 이권다툼에 매몰되면서 제대로 된 현장활동은 맥이 끊겼다. 그러다 보니 잊을 만하면 취업비리가 터져 나왔고, 특권을 쫓아다니는 간부나 활동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노조관료들의 노사협조주의가 판을 치는 동안 사측은 공장별로, 부서별로, 라인별로 경쟁과 분열, 생산성 향상을 밀어붙이며 현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물량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물량에 대한 맹신은 물량이 없으니 나가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에 속수무책이었다. 불법파견 문제를 외면하고 물량이 줄어들 때마다 비정규직을 내보내고서라도 자기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이기주의는 결국 자기 밥그릇조차 걷어차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러다 보니 지금처럼 정작 싸워야 할 때 제대로 싸울 사람이 없는 것이다. 지엠의 공격이 통했던 건 저들이 강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허약하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빼앗긴 현장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나 저들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엠 계획대로라면 앞으로도 3,400여 명을 더 내보내야 한다. 당장 부평 2공장 1교대 전환, 창원 물량 축소, 정비소 외주화가 닥칠 것이다. 복지는 물론, 임금 인상도 쉽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신차와 부도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마지막까지 백기투항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도 날마다 대중은 컨베이어 라인에서 관리자들의 감시와 통제, 그리고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다. 비록 지금은 갈가리 찢어지고, 무기력할지라도 대중의 가슴속에는 지엠과 정부에 대한 분노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와 숨통을 활동가들이 틔워내야 한다. 활동가와 대중이 현장에서 함께 움직이면서 분위기를 바꾸고, 현장의 역관계를 뒤집어야 한다. 당장 어렵다고 양보하고 침묵하며 내 밥그릇만 챙길 것이 아니라, 함께 투쟁해서 함께 살자는 정신으로 단결과 투쟁의 기풍을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군산공장에서 보여줬듯이 비정규직 해고를 통한 정규직 고용보장은 결국 다 같이 죽는 지름길이라고 계속 외쳐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대중의 집단적인 토론과 참여, 평가를 민주적으로 조직하고, 활동가와 대중 간의 튼튼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지엠에 점령당한 현장을 되찾아 와야 한다! 그래야 다음 싸움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