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중공업 대규모 희망퇴직, 막다른 길에도 기회는 있다


이미 두 차례의 희망퇴직과 분사/분할, 그리고 교육과 휴업/휴직으로 태풍이 휩쓸고 간 현대중공업에 대규모 희망퇴직이 추진되고 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9일 담화문을 통해 유휴인력 3천명을 언급하며 이번 희망퇴직의 규모를 암시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중인 현대중공업
이번 희망퇴직은 현대중공업은 물론 분할사인 현대건설장비, 현대일렉트릭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10년차 이상 전체 정규직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데다 4월 말을 종료시점으로 잡고 있어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그동안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한국의 전 조선업종 사업장에서도 단연 최고의 강도를 보여줬다. 얼마나 강도 높게 진행됐는지 2016년 자구안을 작년 말에 100% 조기 달성했을 정도다.
현대중공업에선 정규직노동자 7천여 명, 하청노동자 2만5천여 명이 지난 3년간 감소했다. 임금 감소도 상당한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2017년 1인 평균임금은 6천2백만 원으로 2015년 7천8백만 원에서 1천6백만 원이나 줄었다. 이도 사내/외 이사를 제외한 임원과 고위직 연봉을 합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생산직노동자의 연봉은 1~2천만 원가량 낮다. 사내하청노동자의 임금은 수차례 진행된 수당/임금삭감으로 이미 최저임금수준으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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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동력을 정확히 겨냥한 공격
이전 두 차례의 희망퇴직은 명목상으로는 사무직이나 과장급 이상으로 한정돼 있었다. 물론 실제로 진행된 희망퇴직은 이 범위를 무시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사무직은 상대적으로 소수고 생산직을 정확히 겨냥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부터 물량부족으로 유휴인력이 수천 명 발생한다며 현대중공업지부를 압박했다. 결국 2년을 끌던 임단협이 마무리될 때 현대중공업지부로부터 교육과 휴직 동의를 받아냈다. 이렇게 끝날 것 같던 인력구조조정이 임단협 합의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재개된 것이다. 그것도 생산직을 중심으로.
야금야금 약한 부위 먼저 갉아먹다가 결국 가장 탐하던 과육을 먹어치우는 벌레처럼 행동하는 것이 자본가들의 습성이다. 이런 벌레는 약을 치거나 잡아 없애는 것이 상책이다. 한쪽만 먹겠지 방심하다간 다 먹힌다.

고정비가 높아 어렵다는 자본가들의 논리
현대중공업은 물량 감소로 유휴인력이 많아지고 고정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희망퇴직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일이 없으니 노동자를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자본가들의 논리다. 일감에 따라 노동자를 줄였다 늘렸다 한다면 자본가에겐 천국이고 노동자에겐 지옥이 된다. 이 지옥 같은 자본주의 논리 때문에 전 세계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투쟁해 왔다.
자본가들 중에서도 현대중공업 사측은 단연 악질적이다. 원・하청노동자 3만여 명을 내쫓고도 인건비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더 기가 찬 것은 작년 12월 26일 현대중공업은 1조3천억 원대의 유상증자와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발표하면서 환율 하락과 고정비 등에 대비해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했다고 스스로 밝혔다는 점이다. 이 얼마나 이중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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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공장을 만들고 싶은 정부와 자본가들
현대중공업이 바라는 조선소의 모습은 이번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STX조선해양에 생산직노동자의 75%를 줄이고 결국 하청노동자가 생산하는 공장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조선산업 발전전략이자 구조조정의 본질이다.
그동안 자본가들의 충실한 대변인으로 움직이던 조선일보도 한몫한다. 조선비즈는 4월 9일 “대한조선 만세”라는 기사를 통해 90%가 하청노동자이며, 조금이라도 어렵다고 하면 알아서 임금삭감, 희망퇴직을 받아들이는 대한조선 노・사를 추켜세웠다.
노동자의 해고가 자유로운 공장을 운영하고 싶은 것이 정부와 자본가들의 본심이다. 현대중공업도 정규직노동자들에겐 일이 없다며 교육과 휴업/휴직을 시행하면서 사내물량을 사외로 빼돌리고 있다. 사내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들까지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힘이 결정적 무기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희망퇴직에 대응해 현대중공업지부는 전면투쟁을 선포했다. 지부는 빠르게 쟁대위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며 각 분과들은 자체 집회 및 출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비조합원의 희망퇴직도 막기로 결의한 분과도 있다. 한 대의원은 자신들의 활동을 이렇게 소개했다.

“대・소위원들은 아침 7시부터 30분 동안 도로에 도열해 출근 선전전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각 대의원들은 담당 구역으로 흩어져 탈의실이나 휴게실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희망퇴직의 부당함을 설명하며 대화하고 있습니다. 월요일(9일)엔 자체 집회도 진행했습니다.”

다른 분과도 점차 현장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장을 누가 장악할 것인지를 놓고 내부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래로부터의 힘이 노동자의 가장 큰 힘이다. 현대중공업이 아무리 노조를 무력화하려해도 현장의 살아있는 움직임이 커진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