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철도노조 서울건축지부 투쟁:새 사장이 왔지만 현장의 고통은 그대로


서울건축지부_서울역_선전전출처_철도노조_홈페이지
서울건축지부의 서울역 선전활동(사진_철도노조)

오영식 철도공사 사장이 취임한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취임 직후 해고자 복직에 합의해 ‘이제 철도 현장이 달라지나’ 하고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비정규직이나 서울건축지부 조합원들이 수개월째 투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철도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

안전은 뒷전
작년 10월 1일, 철도공사 시설기술단이 야비하게도 추석 연휴를 틈타 수도권 건축 집수정 교대점검인원 66명 전원을 일방적으로 주간 근무로 전환(일근화)해 버렸다. 수도권 과천선, 일산선, 용산선, 분당선에 지하구간이 있고, 지하터널엔 지하수 침수로 열차가 못 다니는 사태를 막기 위해 지하수를 퍼 올리는 집수정 수중펌프가 있다. 수중펌프가 언제 고장 나 대형사고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야간에도 교대로 근무하며 순회 점검하고 유지·보수를 해야 하는데, 야간근무를 싹 없애버린 것이다.
야간에 건축조합원들이 집수정 지하수 범람만 대비하는 것이 아니다. 소방설비가 잘못 작동하거나, 화재가 발생하거나, 공조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 등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철도공사가 광역전철 구간이 늘어나 승강장 안전문(PSD) 관리인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집수정 교대점검인원 66명을 주간 근무로 전환시키면서 일부 인원을 PSD 관리인원으로 빼돌렸다. PSD 인원이 더 필요하면 인력을 새로 충원해야 하는데, 충원하려고 하지는 않고 집수정 교대점검인원을 빼가서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것이다. 어느 기업에서나 흔히 볼 수 있듯, 이윤 논리를 앞세워 안전을 뒷전으로 팽개친 것이다.

잇따른 사고
철도공사가 운영 중인 역사에서 3개월 연속 사고가 터졌다. 10월 25일 수서역, 11월 17일 범계역, 12월 13일 신포역에서 화재 등으로 연기가 역사 내부로 들어오거나, 선로에 물이 유입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사고들은 모두 교대근무 폐지로 설비담당자들이 없는 시간대에 발생했다.
화재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설비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는 때때로 결정적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6명이 죽고 42명이 다친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참사다. 당시 대곡역에서 근무하고 있던 설비원들이 긴급 투입돼 방화셔터 및 터널구간환기 배기모터를 수동으로 가동하고, 각종 소방설비를 작동시켜 역사 내 연기확산을 막아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노동강도도 높고 스트레스도 높다
3조 2교대 근무를 일방적으로 폐지해 노동강도가 높아졌다. 야간에도 하던 일을 주간에 몰아서 다 해야 하니, 노동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여 놓고, 기계 설비의 불량이나 고장으로 사고가 나면 사측은 책임을 현장노동자들에게 떠넘길 게 뻔하다.
시설기술단에서는 설비원들이 퇴근한 다음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문자를 발송하겠다고 했다. 서울건축지부 한 조합원은 “스마트폰을 끌어안고 자고, 비상사태 문자가 오면 벌떡 일어나 달려오란 소린데, 이건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 모두의 문제
역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선로에 물이 차서 열차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면 역에서 근무하는 역무원도,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나 고객을 상대하는 승무원도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건축지부 조합원들이 6개월 넘게 외쳐온 “집수정 점검 교대근무 폐지 철회”, “안전인력 충원” 등은 그들만의 요구가 아니라 철도노동자 모두의 요구다.
또한 서울건축지부 투쟁은 새로운 사장 체제에서 철도 현장의 문제가 어떻게 풀리는지를 보여줄 하나의 시금석과도 같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을 끝장내는 데 앞장섰던 철도노동자들이 대통령이 바뀌고 사장이 바뀌었지만, 현장에서는 계속 고통받으며 일할지 아니면 빼앗겼던 권리를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을지를 보여줄 첫 단추와 같다.
따라서 서울건축지부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철도노동자들이 힘을 모으는 것은 곧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