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 그들만의 패권다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3월 8일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 22일에는 600억 달러(약 64조 원)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와 대미 투자 제한을 포함한 초강경 조처들을 지시했다. 지난해 세탁기, 태양광 설비 등에서 시작된 관세 폭격이 확대되고 있다. 작년 3,750억 달러(약 402조 원)까지 증가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1,000억 달러 줄이기를 요구한 트럼프의 후속조치다.
중국도 당장 미국에 보복관세를 경고하고 있다.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수수, 돼지 등이 대상이다. 특히 미국산 대두는 생산량의 1/3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품목으로 약 47억 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산 항공기와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보유한 미국 국채 매각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1조2000억 달러의 국채는 외국인 보유 미국 국채의 약 5분의 1이다.

협력
과거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시절 미국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월마트에서 판매하며 중국과 공생했다. 세계화된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에서 이들은 국제적 분업을 해왔다. 미국은 금융, 서비스, 첨단기술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제조업 중심으로 상호 보완했다.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은 미국(중계무역 포함해 20%가량)이었고, 미국 역시 북미지역을 제외하고 중국이 수출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산업의 발전에는 미국기업의 역할이 컸다. 미국은 중국의 5대 투자국으로 자본을 중국에 투자했고, 중국은 장기간에 걸쳐 미국기업의 이윤창출의 주요 거점이었다.
미국이 중국에 무역적자를 겪고 있지만, 미국기업이 중국을 통해 얻는 이윤 또한 매우 크다. 미국은 상품무역에선 적자이지만 서비스무역 분야에선 오히려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 무역적자로 유출된 달러는 다시 자본시장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가 국제금융자본의 기금이 되고 있다.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중국으로 미국과 중국은 금융관계에서도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왔다.

경쟁
그러나 그동안의 상호보완적 관계는 이제 경쟁적 관계로 전화하고 있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단순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산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쫓아왔고, 드론·가상현실(VR) 등에서도 중국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의 첨단기업들을 중국기업들이 인수하려는 시도들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 견제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싱가포르계 반도체회사 브로드컴(회장이 중국계)이 미국 통신칩회사 퀄컴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5G 통신기술의 중국유출을 우려한 것이다.
금융에서도 패권경쟁은 치열하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은행에 맞서 신개발은행을, IMF에 대응해 CRA(긴급외환보유액지원기금)를 만들어 국제금융기구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경제적 패권다툼이 군사적 패권다툼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제적 이익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확대되는 것에 비례해 군사적 영역에서도 패권다툼이 강화되고 있다. 20일 중국은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을 전격적으로 대만 해협에 진입시켰고, 23일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조성한 인공섬 가까이 구축함을 투입해 군사작전을 실시했다. 전 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패권다툼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자국의 애국주의를 확대한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보호무역과 패권경쟁을 합리화한다.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의 실업이 중국 때문이라고 얘기하며, 무역전쟁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해서라고 포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11월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노동대중의 지지를 끌어내려 한다.
시진핑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제시하며 중국이 미국에 뒤지지 않는 나라가 된다며 부국강병론으로 애국주의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나이키 신발을 신은 시민이 지하철에서 구타당하고,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관광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시진핑은 최근 3연임이 금지된 헌법을 개정해 15년 이상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미국과 중국 자본가, 정치인들의 패권다툼은 각 나라 지배계급의 권력다툼과 다름이 없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협력하고 경쟁한다. 여기에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는 없다. 세계에서 부자가 많고, 세계 경제 1,2위를 다투지만, 중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큰 나라들이다. 상위 1%가 전체 부의 41%, 42%를 독점하고 있다. 미국은 5명 중 1명의 어린이가 굶고 있는 OECD 빈곤율 4위의 나라고, 중국은 연간 수입이 2,300위안(40만 원) 이하인 인구가 7,000만 명에 달한다. 누가 패권을 가지건 이런 사실이 달라지는가? 패권다툼의 결과와 무관하게 노동자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위험성 
현재 벌어지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세계적 과잉생산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국제적 경쟁이 치열한데, 판매처를 찾지 못해 자국 생산물 판매를 늘리고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필사적으로 펴는 것이다. 이런 보호무역주의는 다른 국가의 즉각적인 보복관세를 낳고, 이는 국제적 무역량을 줄이게 된다. 세계경제는 움츠려들고 과잉생산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또다른 경제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이번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대해 세계대공황의 전조라며 경고에 나섰다.
1930년 미국은 스무트-홀리법을 통해 2만여 개의 수입품에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매겼다. 29년 뉴욕증시 폭락 이후 상황을 해결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주요 교역국이 연달아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고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 수렁에 빠져들면서 대공황이 본격화됐다. 1929∼1932년 국제무역은 63%나 감소했고 각국의 국내총생산(GDP)도 크게 줄었다. 보호무역정책은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와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대공황 당시 상황과 겹쳐지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미 세계화되었다.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도 전 세계 노동자들이 긴밀하게 협력한다. 아프리카에서 채굴한 자원을 중국에서 1차 가공하고, 한국에서 완제품으로 만들면, 이를 유럽의 해운회사가 운송해, 미국의 유통회사가 판매한다. 생산이 국제적으로 연관된 상황에서 국제경제의 사슬을 끊고 존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경제의 발전과정을 역행하는 퇴행적 조치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의 문제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유무역에 손을 들어줄 것인가? 자유무역 체제에서 국제적 자본이동과 폐업, 해고와 비정규직화에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고통받아왔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양자택일은 답이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현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어떤 방식을 택하건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쪽에선 상품이 남아돌아 보호무역이니, 자유무역이니 경쟁하는데, 노동자들은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다. 결국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그 대안을 우리는 무정부적 생산이 아닌 계획화된, 노동대중이 아래로부터 통제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찾는다.

 

진환 한국GM 창원공장 노동자